윤계상 유해진의 영화 ‘말모이’는 말먹이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말 사랑이 애국이요 나라사랑이라는 그 훈훈함이다. 주제는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

나뿐이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가 말 먹이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멀리서 영화 포스터를 봤을 때는 언어의 잡종이 떠올랐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강남 개발이나 발전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 주제는 생각보다 가볍지 않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조선인들이 조선어를 모으는데 일제 지배 하에 주변에서 보는 시선이 몰려왔다. 그래서 뭉치자는 게 주제야. ‘우리’라는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랄까.

또 나뿐이었을까. 새해 들어 한국 영화가 복고 흐름에 있다는 생각이다. 스윙 키즈와 네 이름은 장미 같은 작품은 확실히 복고풍 영화다. 그리고 나이든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지극히 환영할 일이다. 아이들에게 물어봐야 할 최신 배우나 아이템보다 그래도 알고 있던 사람이나 내용을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란 스마트한 세상에서 쉽게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말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 ‘말모이’는 일제시대 한일 병합으로 한국어 사용이 전면 금지됐던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에는 학창시절에 한국어를 배웠지만 나이가 들면서 일본어가 대중화되면서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농촌 사회에서 근대화가 가속화되는 시기여서 일에 대한 적응이 늦은 사람들이 마음을 다잡고 살기도 어려웠다. 그런 대표적 인물이 바로 김판수(유해진)다.

반면 일본에 유학하면 지식인 대접을 받았다. 요즘은 미국 유학생 같은 개념이지만 부모를 잘 둔 덕분에 지식인 범주에 속하는 인물이 바로 류정환(윤계상)이다. 대체로 이 두 계층의 사람이 만나기는 쉽지 않다. 사고를 내지 않으면 말야.

그 사고란 바로 소매치기다.김판수는 어느 날 아들의 밀린 월사금을 마련하기 위해 류정환의 가방을 훔친다. 장발장과 빵집 주인 자리에서 만난 두 사람, 사회적 계층부터 성장 배경까지 전혀 다른 이 둘은 의외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조선을 사랑하는 그 마음. 조선인이라는 큰 민족성 아래 이들은 한국어 사전을 만드는 동지가 되어가는 과정이 바로 영화 마루모이의 주제다. 이 두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듯 주위에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출세하려면 일본어를 배워라~”

그 사고란 바로 소매치기다.김판수는 어느 날 아들의 밀린 월사금을 마련하기 위해 류정환의 가방을 훔친다. 장발장과 빵집 주인 자리에서 만난 두 사람, 사회적 계층부터 성장 배경까지 전혀 다른 이 둘은 의외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조선을 사랑하는 그 마음. 조선인이라는 큰 민족성 아래 이들은 한국어 사전을 만드는 동지가 되어가는 과정이 바로 영화 마루모이의 주제다. 이 두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듯 주위에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출세하려면 일본어를 배워라~”

그래서 더 강조되는 말이 다시 말하지만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다. 든든한 동료만 곁에 있다면 무엇이 두려울까.말 모으기는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말을 모았다는 뜻이겠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으니 너무 낯설다. 이 제목을 보면서 진짜 말 먹이는 뭐라고 불렀는지 궁금했다. 적어도 마루모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모이는 나는 짐승의 먹이를 뜻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말타기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말모이’라는 단어는 극중 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한국어를 모으는 비밀작전으로 불린다.

가나다라에서 몰랐던 김판수가 한국어와 글의 소중함에 눈을 뜨는 과정이 영화의 포인트다. 그와 대치하는 지식인 류정환이 아무리 신사라 해도 망나니 같은 김판수가 꽤 궁금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김판수를 무뇌충 전과자로 취급한다. 그러나 점차 김판수의 솔직함에 동화된다. 지금은 당연하게 쓰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잃고 사는 것이 우리말이다. 한때 영어만 잘하면 국제적 인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MB정권 초기 영어몰입교육도 그 과정에서 나온 괴물 같은 정책이었다. 이 영화는 한국어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노력을 통해 정신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독립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일깨워준다.

감수성이 예민한 작품인 줄 알았는데 역시 여성 감독이다. 첫 데뷔작이라는 엄윤아 감독은 ‘택시운전사’ 각본을 쓴 경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분위기가 복고풍이다. 한국어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에 사용할 수 없게 될 한국어를 지키기 위해 오히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영어가 중요하다고 떠드는 요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요즘 북한이 화제다. 겉으로는 제대로 한민족인데 언어를 보면 우리는 절반은 외국인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리적으로도 중국과 가까운 북한은 오히려 한국어 그대로를 살려 쓰는 반면 한국은 영어는 기본이고 한자도 상당히 섞어 쓴다. 언젠가 신문에서 남북한의 언어 차이를 본 적이 있다. 몇 가지를 골라보면 다음과 같다.

(남한)(북한) 홍수 대수 레코드 썰매판 젤리 단무지 파마볶음 헤어노크 손기척 인력 월동 겨울 나이시러브 단물 카스테라 단설기관절우리는 개발과 유행이라는 구실로 한국어의 가치를 너무 평가절하하는 것 아닌가. 영화 ‘말모이’를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해진 이유다. 영화 ‘말모이’는 너무나 당연하고 잊고 있던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해 다시 일깨워주는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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